그때 어둠 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요.
“안녕, 날 불렀니?”
가스파르는 귀를 의심하며 더듬거려요.
“아니… 그런가? 넌 누구….”
그 작은 목소리가 말해요.
“난 아글래라고 해. 넌 친구를 찾고 있니? 아직 못 찾았다면
그건 네가 너무 눈으로만 찾아서 그런 거야.”
가스파르는 얼떨떨한 채 속으로 생각해요.
‘눈으로 볼 수 없는 친구라면 어떤 모습이지?’
‘그런 친구와의 우정은 대체 어떤 걸까?’
아글래가 말해요. “따라와. 내가 너한테 보여 줄게.” (……)
그들은 욕실 타일 위를 몇 발자국 걷자마자
아주 작은 꼬마가 욕조 위에서 오리 튜브를 끼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걸 보아요.
가스파르는 안쓰러워 얼른 다가가요.
“가엾은 아가야! 내가 널 따뜻하게 해 줄게.”
꼬마 제데옹은 머리를 흔들며 나직이 중얼거려요.
“난 춥지 않아. 겁이 나서 그래!”
제데옹은 들릴까 말까 한 목소리로 물을 겁내서
가족들이 자기를 비웃는다고 설명해요.
또 폴짝폴짝 뛰는 걸 겁내서…
거미를…
내리는 눈을…
시금치를…
폭풍우를…
나비를 겁내서….
모두 시무룩한 제데옹을 격려하기로 마음먹어요.
옥타브가 용감하게 다이빙을 하자
다들 차례로 그를 따라 해요.
[출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