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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내용

내 이름은 빨강
작성일
2015-05-07 오전 10:31:05
작성자
김선정

내 이름은 빨강.

지은이 오르한 파묵(터키) 옮긴이 이난아 출판사 민음사

성능 좋은 돋보기를 들고 거대한 미술작품을 몇 주에 걸쳐서
하나하나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난 후 빠져나온 느낌이 이럴까..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은
내게 있어 책이 아니다.
옛 16세기 터키 땅에 살았던 가장 위대하고 솜씨 좋은
장인들이 그린 세밀화다.
오르한 파묵은
이 그림을 내게 아주 섬세하고 자세하게 또 진실되고 유머러스하게
설명해 준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큐레이터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공교육을 받은 사람의
상식선에서 16세기를 이해한다.
16세기에는 르네상스가 전부였다는 듯 설명하는
세계사 교과서가 편협다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서양 아닌 다른 문명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폭을 넓히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다.

이런 내게 "내 이름은 빨강" 이 책은
너무도 신선한 충격이고 청명한 바람처럼 다가왔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추리소설, 사랑 소설이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예술이 전부인 화가들이
겪는 개인적인 고뇌와 번민,사랑과 그 당시 시회적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는 엄청난 갈등과 고통 그리고 결정들에 관해 쓴 책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자기 입장에서 스스로
말을 한다. 말을 할 수 없는 죽은 자, 말, 악마, 개, 나무,죽음 등도 다
말을 한다. 이런 장치들은 여러 관점에서 다체롭게 살인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독자들의 생각을 환기시켜주고 흥미를 증폭시키는데 한 몫 한다.

신에 대한 불경이 들어 있는 그림을 보고
광분하여 올리브에게 의논을 하게 된 금박 장인 엘레강스는
그 올리브 손에 의해 살해를 당하고
이교도의 매혹적인 초상화에 매료되어
세밀화가들에게 이교도 화가들의
기술을 설명하고 가르치려 했던 에니시테 역시
살해를 당한다. 이 살인자를 술탄의 명령으로
셰큐레의 남편 카라와 화원장 오스만이 찾으려 하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어가면 갈수록
이 무정한 살인자가 누구인지 점점 더 궁금해지지 않았다.
소설속에서 파묵 작가가 그림을 그리듯 시각적으로 설명해준
세밀화가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열정 광기 그리고 그들의
고민과 방황에 온 신경이 쏠리고 같이 안타까워서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일까? 신의 존재란 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라는 물음에 더 몰두했다.


지금에 와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옛 터키 세밀화가들은 이교도의 화가인
르네상스의 화가들에게 대패를 당했다.
지금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원근법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지 높은 곳(신의 관점) 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시점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하지만 난 이 책 덕분에
예술가는 아니지만
나에게 있어 예술이란 무엇이고
그 당시 세밀화가들처럼
매를 맞고 뺨을 맞고 결국엔 실명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무엇이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들의 열망과 갈망이 너무도 부러웠기에.
그리고 아무 의미 없던 16세기 동방에 대해서
작은 관심들이 생겨났다.
동방도 서방도 신의 것이지만 나는 동방사람이기에
지금보다는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이해하고 싶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여기 이 곳, 동방에 대해서 말이다.



마음에 남은 문장

그림은 이성의 침묵이며 응시의 음악이다. 113 다섯 번째 줄.

이 죽음의 눈동자를 보아라. 인간은 궁극적으로 죽음 그 자채가 아니라,
특별하고 예외적인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더냐. 204쪽.

훌륭한 화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우리 마음속의 풍경까지 바꿔 놓는다는 것을 말이야. 어떤 작가의
예술 작품이 한번 우리 영혼 속에 자리 잡으면 그것은 우리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잣대가 되고 말지. 289 쪽

멋진 말을 그릴 때, 나는 바로 그 말이 된다. Said 올리브
멋진 말을 그릴 때, 나는 멋진 말 그림을 그렸던 위대한 옛 대가가 된다. said 나비
나는 멋진 말 그림을 그릴 때에만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Said 황새

가장 위대한 세밀화가들은 인생을 걸고 눈이 멀 때까지 작업을 했다.
커다란 노력과 영감으로 신이 우리에게 "보라." 라고 한 그 경이로운
꿈에 도달하여 그것을 그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들이 한 일은 태초의
황금 같은 기억을 떠올리려는 인류와 닮아 있다. 2권 176 쪽.

지금 보고 있는 있는 순간이 끝없이 길어지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본다는 건 기억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 때, 옛날에 몇 시간 동안이나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 느꼈던 것이 생각났다.
오랫동안 그림을 바라보면 생각이 그림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2권 33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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