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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같은 서평-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
작성일
2014-07-30 오후 6:37:09
작성자
오남희

처음에는 남녀간 사랑이야긴 줄 알았다. 그러나 책장이 넘어가면서 이성간의 사랑은 그저 주제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됐다. "높고 푸른 사다리"라는 제목이 무슨 뜻일까. 그것은 구원으로 이르는 길, 즉 동아줄이다. 본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지상에 머문다." 사랑에 대한 책이다. 이성간의 사랑만이 아니다. 최악의 상황에 빠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 가느냐를 묻는 이야기다. 꾸미지 않고 거짓됨 없는 사랑, 마음에서 울어 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묻는 책이다.

주인공 요한은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학생인 그는 시련을 겪게 된다.( 그것이 신에 의해 미리 계산된 시험이었다고 나는 생각지 않는다. 신은 그렇게 잔인한 존재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수도자의 길을 걷는 그의 앞에 젊고 도발적인 여인 소희가 나타난다. 그녀가 그다지 자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도발적이라고 한 것은 남자들만 사는 곳에서는 여자 자체가 도발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녀는 요한에게 말을 놓자고 하면서 신자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수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무시한다. 그녀가 아무리 신앙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해도 금욕하는 삶이 가장 큰 화두인 수도원에서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젊은 수도사들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작정하고 시험해 보려는 오만이다.
요한은 자의든 타의든 그녀를 떠나보내게 되고 수도자로써의 삶을 포기 하려던 시점에 한 늙은 수도사를 만난다. 미국인인 그는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사람으로 "빅토리아호"의 선장을 지낸 사람이었다. 6.25 전쟁때 흥남 부두에서 일만 사천의 한국인을 배에 태워 거제까지 간 그의 사흘은 실화이다. 그리고 요한이 미국으로 가서 그를 만난 것 또한 실화이다.
책은 독일인인 토마스 수사와 미국인인 마리너스 수사의 입을 통해 한국전쟁의 참상을 이야기 한다.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랑의 기억 때문에 울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정신이 번쩍 났다. 너무 끔찍하고 슬퍼서 아무도 말하지 못했던 전쟁의 이야기를 작가는 너무도 실감나게 펼쳐놓았다.
내 아버지도 6.25 전쟁때 형님을 잃었다.아버지는 큰 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돌아 앉아 하늘을 보았다. 내가 아무리 물어도 아버지는 말이 없으셨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힘 없는 그의 어깨만 볼 뿐 더이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참상중에 피붙이를 잃는다는 것은 그런것인가 보다. 커다란 물동이에 서서히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슬픔이 차올라 목이 메이는 그런 것인가 보다.
그러나 아무도 증언하지 않으니 우리들은 그 참상을 모른다. 전쟁을 이겨내고 지금과 같은 편리한 세상이 되기 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세대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했다.
손잡고 가던 부모가 바로 옆에서 쓰러지고 배에 오르던 엄마와 아이가 차가운 바닷속으로 내동댕이 쳐지고 동상으로 얼어죽은 사람이 총칼에 맞아 죽은 사람보다 더 많았던 6.25. 죽음의 도시를 벗어나 도망쳐온 사람들에게 죽먹밥을 뭉쳐 내밀었던 우리민족. 그들이 민초였고 그들이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사람들이었다.
결국 높고 푸른 사다리라는 것은 육신에 치우치는 것이 아닌 정신, 즉 더 고귀한 것에 대한 성찰이다. 나만 생각하지 않고 가련한 이를 위해 목숨까지도 거는 희생과 애민이다.
그래서 였을 것이다. 세월호사건 때 빅토리아 호의 선장이었던 마리너스 수사님과 세월호 선장이 비교되었던 것은. 마리너스 수사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선인들을 배에 태웠다.
그리고 키를 잡았다. 그가 잡고 있었으나 그 아닌 신비의 존재가 그 키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면 수사가 되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미국에 돌아간 그는 남은 생을 수사로 살았다. 빅토리아 호에서는 심지어 5명의 아기가 태어났는데 그 배에서 태어난 5명의 아기들 중 한 명이 요한 수사님의 아버지였다. 수사님은 갈등하는 자신을 마리너스 수사님에게 인도한 하느님의 뜻을 생각한다. 위대한 일을 해낸 대한민국의 민초들 그리고 타국에서 죽어간 수 많은 연합군들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 하느님은 그 일을 할 도구로써 요한을 필요로 하셨고 요한은 기꺼이 그 신비에 동참했다.


책을 읽고 우리가 구세대에 얼마나 많은 빚을 졌는가 깨달았다. 밟히고 찢기면서도 기어이 살아남아 준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가 어찌 존재할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그렇게 살아남아서 지켜내준 이 강산을 더 온전하게 발전시키고 건강하게 지켜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음 세대에 더 살기좋은 나라를 물려줘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여태까지의 공지영 작가의 책은 민주화 운동과 이혼등의 내용으로 다소 어두운 면이 많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같은 내용이라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높고 푸른 사다리는 세상을 새롭게 보기 시작한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가슴이 따뜻해 지는 감동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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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쁜 일만 생기면 하느님의 뜻이라든지 하느님이 고난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하려는 것이라든지 하는 말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이 있다. 모든 일은 인간이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든 그것은 신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이다.
세월호 사건이 하느님의 심판이라든지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라는 뜻으로 그리행하셨다든지 하는 말은 참으로 웃기는 괴변이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 그 책임을 몽땅 부모에게 돌리는 것과 매 한가지다. 빠져나갈 구멍을 그렇게도 만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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