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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러스크로노스
  • 제목 : 코러스크로노스
  • 저자 : 윤해서
  • 서평

    2010년 문단에 나온 윤해서 작가의 첫 작품집. 8편을 담았는데 앞뒤로 실려 있는 <테 포케레케레>가 먼저 낯설음을 안긴다. ‘테 포케레케레’는 아프리카 원시부족 말로 ‘미지의 어둠’이라는 뜻. <[읻다]> <커서 블링크> 같은 제목까지 접하면 머리가 복잡해질 지도 모른다.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 갈등이 더해질 수도 있다. 덮을까, 계속 넘길까. 권하건대 맨 뒤에 실린 <테 포케레케레>를 읽고 맨 앞의 <테 포케레케레>로 이동하시라. 마음에 생소한 무늬가 생기면서 상상력이 폭발할 것이다. <[읻다]>까지 접하고 나면 ‘보보투보쿡, 숭고룽고’를 읊조리며 리듬을 타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 ‘코러스크로노스’는 ‘시간합창’이라는 뜻. 그래서 ‘테 포케레케레’를 앞뒤에 배치했을 것이다. 소나타 형식이 중간의 발전부를 감싸는 제시부와 재현부로 이뤄진 것처럼. <테 포케레케레>는 문단의 순서만 바꾸어 두 개로 만든 소설이다. ‘읊’과 ‘왜상’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는 가운데 피로감과 상상을 동시에 몰고 오는 윤해서 만의 독특한 세계가 펼쳐진다. 연결이 되는 듯 안 되는 듯 모호한 시간 속에서 들려오는 합창을 세심하게 들어보라. 생경과 혼돈 속에서 각자의 길을 찾은 독자들에게 작가는 맨 마지막장 ‘작가의 말’에서 친절한 얼굴로 다가온다. “시와 소설에 경계가 있다면, 그 사이 어디쯤 그곳에서 세상의 모든 먹먹한 순간들이 한순간이라도 멈추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시와 소설의 경계’라는 작가의 바람은 실현된 듯하다. 이 책은 아무 쪽이나 펼쳐서 읽어도 언어의 유희와 상상의 진폭이 탕탕 마음을 저격한다. 20억 년 전 진핵세포를 호모사피엔스로 연결한 뒤 ‘인류 역사는 등장의 역사다’라는 말로 방점을 찍는가 하면 ‘결국은 과잉의 문제다. 표현의 과잉, 시간의 과잉, 외로움도 과장된다’는 말로 허를 찌른다. 영상과 현란함으로 오히려 사람을 단순화 시키는 세상이다. 활자만으로 상상력을 무한대로 뻗어가게 하는 오묘한 소설로 마음을 확장하길 권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